봄꽃축제의 유래는?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3) 봄꽃축제와 화전놀이
[온라인뉴스 서울톡톡] 올 봄 꽃샘추위가 유난스레 변덕을 부렸다. 며칠씩 추웠다가 따뜻해지는가 하면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고 도무지 봄날답지 않았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수많은 꽃들을 피워냈다. 봄의 전령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자 매화꽃도 덩달아 피어났다. 뒤쳐질세라 목련도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렸다. 멀리 남녘땅에서부터 피어난 꽃소식과 함께 여기저기서 봄꽃축제 소식도 뒤따라 올라왔다.
봄은 얼어 붙었던 흙 속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겨울동안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잎이 피어나는 소생의 계절이다. 그러나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아무래도 꽃이다. 잎이 피기도 전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이야 말로 봄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곱고 아름다운 모양과 향기가 있는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 되면 꽃과 더불어 봄을 즐기려는 봄꽃축제가 열린다.
봄은 꽃축제의 계절
전국에서 다양하게 열리는 꽃축제의 시작은 지난 3월 23일부터 열린 광양매화축제였다. 3월29일부터는 지리산 구례 산수유축제가 뒤를 이었고, 4월 1일부터는 그 유명한 진해벚꽃축제인 군항제가 열렸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4월 12일 성동구 응봉산개나리 축제를 시작으로 14일엔 강북구 송중동 벚꽃거리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서울의 대표적인 봄꽃축제는 아무래도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여의도봄꽃축제일 것이다.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된 이후 각 지방에서는 저마다 자기고장을 홍보하려는 다양한 주제의 크고 작은 축제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열린다. 그러나 봄철 축제는 대부분 꽃을 주제로 한 축제들이다. 벚꽃축제가 끝날 즈음이면 곧 뒤따라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여수 영취산과 강화도의 고려산 진달래축제를 꼽을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진달래 명소는 서울 강북구에 있는 오동공원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아직 축제가 열리지는 않지만 나지막한 산자락을 뒤덮은 진달래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진달래꽃이 시들 때면 지리산과 태백산 등지에서 철쭉꽃축제도 열릴 것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나 민족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놀이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흥'과 '끼'를 발산하는데 우리 민족만큼 우월한 민족도 흔치 않다. 우리나라의 다양하고 수많은 축제문화도 그런 흥과 끼를 발산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우리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봄철에 꽃놀이를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대표적인 전통풍속이 '화전(花煎)놀이'다. 화전놀이라는 말은 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 먹으며 춤추고 노는 부녀자들의 봄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전통풍속 화전놀이가 봄꽃축제의 유래?
화전놀이의 역사는 확실치 않지만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조선시대 화전놀이는 양반 부녀자들에게도 기품 있는 풍류놀이로 자리잡았다. 그 전통은 일반 백성들에게도 퍼져나가 농촌마을에서는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해마다 진달래꽃이 피는 음력 삼월 삼짇날 즈음에 마을단위로 여성들이 함께 화전놀이를 하며 하루를 즐겼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마을단위로 여성들은 미리 계획을 세웠다.
꽃놀이 장소는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진달래꽃이 많이 피어난 골짜기나 산자락으로 잡았다. 각종 음식이며 노래하고 춤출 때 장단을 맞출 장구나 놀이기구 등도 미리미리 서둘러 준비를 했다. 평소에는 엄하기만 했던 시어머니들도 이때만큼은 며느리들의 꽃놀이를 허용하고 참견하지 않았다. 꽃놀이 당일엔 남성들이 음식이며 각종 요리기구 등을 운반해주고 놀이터 주변정리까지 맡아서 돌봐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 여성들의 삶은 참으로 고달팠다. 자식들을 낳아 기르고, 시부모를 섬기며 농사일에 매달려 살기에 바빠 놀이다운 놀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던 여성들이 모처럼 같은 처지의 이웃들과 함께 어우러져 하루를 즐겼기 때문에 그 흥겨움과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이날만큼은 참가한 모든 여성들이 힘든 농사일이나 가정의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마음껏 즐겼다. 이때 빠뜨리지 않고 만들어 먹는 음식이 화전(花煎)이었다. 진달래꽃 부침개다. 맛은 과연 얼마나 좋았을까? 화전놀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노래도 있다.
"어화세상 동무들아 구십춘광 봄이로다. 뒷동산에 두견새는 봄소식을 전하온데, 무심한 우리들은 봄 온 줄을 몰랐구나, 규중에 깊이 싸여 여중지사 하노라고, 시절을 몰랐더니, 만화방초 볼자시면 춘삼월이 분명하다. 상촌 하촌 동무들아 화전놀이 가자시라. 일년 삼백 육십일에 규중에 있던 몸이. 하로 소풍 못할손가 소풍삼아 화전가자. 각성 각댁 통기하야 친구 벗들 서로 정해. 이날 갈가 저날 갈가 서로서로 의논하여. 그중에 좋은날을 골라 골라 생각하니. 삼월삼짇날이 분명하다," -전통 민속 '화전가(花煎歌)' 중에서-
화전놀이를 하는 날은 모든 참가여성들이 복장과 화장 등 몸치장에도 각별한 정성을 들였다. 가정일과 농사일에 바빠 몸치장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성들이 모처럼 아름답게 멋을 부리는 날이었다.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에 곱고 예쁜 진달래꽃밭에서 꽃을 전으로 부쳐 먹으며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는 아리따운 여성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풍류는 결코 일부 양반과 선비계층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던 셈이다. 비록 1년 중 봄날의 하루였지만 서민 여성들도 즐겼던 화전놀이, 요즘 한창인 봄꽃축제의 유래를 우리전통 민속놀이였던 화전놀이에서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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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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