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취떡 먹고 창포물에 머리 감고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8) 단오
[서울톡톡] "빠빠앙~ 삐리리~ 덩덩 쿵따쿵, 쿵따쿵따 쿵따쿵" 구성진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진 농악대의 신나는 장단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고 여기저기서 "잘 한다", "어얼수", "좋다"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 농악대가 중심이 된 마당놀이는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잔치가 된다. 바로 단오날, 세시풍속 중 하나인 마당놀이 풍경이다.
올해 6월 13일(음력 5월 5일)은 여름을 대표하는 명절 단오날이다. 단오는 여름철 우리전통 세시풍속의 중심을 이루는 명절이다. 대표적인 풍속으로는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 '창포물에 머리감기', 여성들의 놀이인 '그네뛰기', 남성들의 경기인 '씨름', 그리고 마을공동체 놀이인 '마당놀이'를 들 수 있다.
지방마다 특별한 단오풍속놀이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강원도 강릉의 '단오 굿', 경남 창녕의 '문호장 굿', 경북 경산의 '한장군 놀이', 함경북도 종성의 '방천놀이' 등이 유명하다. 대표적인 시절음식은 수리취떡이다. 수리취떡은 취나물이나 쑥을 짓이겨 멥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가마솥에 쪄서 절구에 넣고 걸쭉하게 친다. 친 떡을 굵은 가래떡으로 비벼서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눌러 문양을 낸 절편이다. 떡 문양이 수레바퀴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 수리취떡이다.
또 다른 시절음식으로는 '제호탕', '준치만두와 준치국', '앵두편과 앵두화채'를 들 수 있다. 제호탕은 약이면서 청량음료로서 단오절부터 시작하여 여름 내내 시원한 냉수에 타서 마시면 더위를 타지 않고 갈증을 없앤다고 하였다. 각종 한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섞어 만든 제호탕은 흰색 항아리에 담아 보관하였는데, 냉수에 몇 숟가락씩 타서 마시면 가슴이 시원하고 그 향기가 오래도록 남았다. 옛날엔 고급 청량음료로 궁중과 재력 있는 양반가에서 애용하였으며 서민들에게는 귀한 음식이었다.
대표적인 풍속놀이는 농악대가 중심이 된 마당놀이였다. 마당놀이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마당은 농악연주마당이다. 농악대는 꽹과리와 북, 장구, 징, 태평소, 그리고 춤꾼들로 구성된다. 태평소를 선두로 농악대 장단이 울리기 시작하면 춤판이 본격적으로 벌어진다. 춤판이 한창 무르익으면 구경꾼들도 흥에 겨워 춤판에 뛰어들어 함께 어우러진다.
두 번째 마당은 칼춤이다. 춤꾼이 어깨 위에 무동을 올려 세우고 춤판에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동춤을 한바탕 춘 다음 칼춤으로 넘어 가는데 이것을 원률춤이라고 했다. 세 번째 마당은 춤이 빠지고 퉁소를 연주하는 음악으로만 구성되는 마당이다. 연주곡으로는 함경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인 '애원성'과 '시나위'로 연주자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 마당놀이는 해질 무렵에 끝이 나곤 했다.
여성들의 대표적인 놀이는 그네뛰기로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그네뛰기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풍속이다. 고려시대의 그네뛰기는 왕궁과 귀족사회에서도 일반적으로 즐겼던 놀이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상류층 여인들에게는 금지된 놀이가 되었다. 유교사상에 바탕을 둔 봉건적 윤리규범 때문으로 보이며 그네뛰기는 주로 서민층의 젊은 여성들 중심으로 성행한 놀이였다.
남성들은 씨름을 즐겼다. 지금도 운동 경기의 하나로 계승되고 있는 씨름은 다른 이름으로는 각희, 각력, 각저라고도 불렸다. 경기는 넓은 모래마당에서 허리와 다리에 샅바를 두른 두 장정이 마주 끓어 앉아 각기 상대방의 허리와 다리의 띠를 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판의 호령에 따라 동시에 일어나 먼저 상대방을 넘어뜨림으로서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다.
씨름은 옛 고구려 땅인 만주지역에 벽화로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고구려에서도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고려사 기록에 의하면 고려에서도 행해졌던 경기였다. 조선시대와 근대에도 전국 각지에서 남성들의 놀이로 각광을 받았다. 단오와 백중날, 한가위 등 명절에 행해졌으며 단오절에는 여성들의 그네뛰기와 함께 연중행사로 빠지지 않는 놀이가 되었다. 특별히 어느 지역에서는 우승한 장사에게 황소 한 마리가 상금으로 주어지기도 했다.
단오는 다른 이름으로 '수릿날', '천중절', '중오절', '단양'이라고도 불렸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午)자'는 다섯을 나타내는 것으로 '초닷새'를 뜻한다. '중오'는 오(五)의 수가 겹치는 5월 5일을 뜻하는 것으로 양기가 왕성한 날로 풀이된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홀수를 '양(陽)의 수'라 하고, 짝수를 '음(陰)의 수'라 하여 양의 수를 길수(吉數)로 여겼다. 전통사회에서는 설(1월 1일),·삼짇날(3월 3일),·칠석(7월 7일)등을 절일로 기렸다. 이런 풍속은 양수(陽數)를 길수(吉數)로 여기는 풍속 때문이다. 이들 절일 중에서도 단오는 1년 중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기고 여러가지 풍속이 행해졌던 것이다.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이번 단오인 6월 13일 '창포물에 머리감기' 등 민속체험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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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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