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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6) 가정의 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6) 가정의 달




[서울톡톡]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은 화가가 있었다. 그는 어떤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까 고민하다가 목사를 찾아가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요?" 목사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다시 승려를 찾아가 물었다. 승려는 '자비'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새색시에게 물었다. 그녀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는 '평화'라고 말했다.


"믿음, 자비, 사랑, 평화, 그런데 이것들을 어떻게 한 폭의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단 말인가?"


화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 그를 어린 자녀들과 아내가 정답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자녀들의 눈을 들여다보니 그 눈망울에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깊은 믿음이 아로새겨 있었다. 아내의 눈동자에는 자녀들과 자신에 대한 자비와 깊은 사랑이 서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으로 이루어진 가정에 아늑한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옳거니 바로 이것이구나, 가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야." 화가는 거침없이 그림을 그렸다. 사랑이 넘치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현재 우리 가정의 모습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이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 날, 20일이 성년의 날,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정만큼 소중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세상살이 고달픈 삶을 쉴 수 있는 곳도 가정이요, 쓰라린 아픔과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고 치료해주며,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도 가정이다. 국가와 사회를 지탱해주는 근간이자 경제의 기본단위도 가정이다. 잘 사는 나라, 건강한 사회를 이루려면 먼저 가정이 바로 서야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수많은 가정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네 가정 가운데 하나는 1인 가구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50%는 부부나 부자, 모녀 등의 형태로 이루어진 2인 가구다. 이혼에 의한 가정파탄으로 조부모와 손자 손녀가 가정을 이룬 조손가정도 많다. 더구나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해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조사기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23.4%밖에 되지 않았다. 한편, 개나 고양이등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긴다는 청소년들이 57.7%나 된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렇게 잘못된 가족구성원들의 정서가 가정폭력이나 노인과 아동학대, 이혼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혼에 따른 위자료와 자녀 양육비, 따로 사는 자녀를 만나는데 사용되는 비용이 연간 2조 9,94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 치료비만 해도 1년에 평균 6,117억 원이 들어간다. 50대 이상의 황혼이혼율이 벌써 7년째 증가하고 있다. 노령인구의 20%가 돌봄을 받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노년을 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가정을 바로 세우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가정이라는 생활공동체가 무너지면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받는다. 한 해 8,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버려지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또한 미혼이나 이혼으로 인한 1인 가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현상에 따른 새로운 가족 형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택이나 세제, 사회보험 등 전통적인 가정형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행 사회제도는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적절하게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가정들이 깨지지 않고 건실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한경쟁과 황금만능, 출세지향적인 문화가 만들어낸 인간성 상실을 회복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해와 용서, 그리고 협력에 바탕을 둔 가족 상호간의 유대와 관계 증진을 위한 사회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은 건강한 가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공감대가 깊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철 시민리포터는 시인이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낀 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