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산행`의 환경부장관 조재신 씨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9) 산행 때마다 쓰레기 줍는 나의 친구
[서울톡톡] "백수들은 평일에 산에 가야지 꼭 주말이나 공휴일에 등산할 필요 있나?"
"맞는 말이야. 그렇잖아도 주말이나 공휴일엔 등산객들이 너무 많은데 우리네 같은 백수들까지 끼어들어 더욱 붐비게 하면 안 되겠지"
8년 전 어느 날 우리 일행들이 매주 하루씩 등산을 하기로 하고 산행 날짜를 잡으면서 나눈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혹자는 IMF때 갑자기 실직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마음 붙일 곳이 없어 산을 찾게 된 것이 등산인구의 갑작스런 증가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등산인구가 엄청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많아진 등산인구에 필자와 일행들도 가담하게 되었다. 필자와 일행들은 노후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매주 하루씩 등산을 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런데 매주 어느 날 정기산행을 할 것이냐를 놓고 의논하다가 우선 각 요일마다 하루씩 산행을 해보기로 했다. 산은 도봉산과 북한산, 수락산, 관악산을 택했다. 결과는 평일엔 어느 날이라도 괜찮았다. 그러나 주말과 공휴일은 산이 온통 사람들로 넘쳐났다. 유명 등산로는 사람들에게 막혀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평일 중 하루를 정기등산일로 잡기로 했다. 다음은 일행들의 일정을 고려하는 것이었다. 일행 다섯 사람 중에 네 명은 정년퇴임한 백수들이었고 다른 한 사람만 자영업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수들이라고 일주일동안 일정이 모두 비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 나름의 취미생활이나 봉사활동 등으로 일정이 꽉 짜여 있었다.
"어허~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군~"
일행들은 어려운 일정 조정을 하며 실없는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일행들의 일정에 잡혀 있지 않은 날은 주말뿐이었다. 그러나 주말 산행은 피하고 싶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산에 등산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람이 일정을 조정하기로 양보하여 매주 화요일을 정기 산행날짜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산행모임 이름도 '화요산행'이라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아직도 산에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니."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우리나라 등산객들 아직도 질서의식이 한참 멀었구먼!"
화요산행으로 몇 번째인가 함께 산을 오른 일행들이 산길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를 바라보며 탄식한 말이다. 산길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는 물론 골짜기 바위틈에도 교묘하게 숨겨놓은 쓰레기들이 많았다. 쓰레기 종류도 다양했다. 음료수 병이나 물병, 술병 등 유리병과 플라스틱 종류에서부터 과자봉지, 라면 봉지, 비닐주머니는 물론 담배꽁초들까지 온갖 쓰레기들이 잡다하게 버려져 있었다.
"우리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산행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이 어때?"
일행 중 조재신 씨가 먼저 나섰다. 그는 당장 배낭에서 제법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 손에 들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은 조금 망설였지만 함께 거들었다. 첫날 그렇게 산을 내려오며 주운 쓰레기가 40여 리터 정도의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웠다. 우리 일행 조재신 씨의 산행 중 쓰레기 줍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 산행 때부터 조재신 씨는 아예 쓰레기봉투와 함께 쓰레기 주울 때 사용할 가볍고 적당한 크기의 집게까지 준비하여 산행에 나섰다. 그러나 산에 오를 때는 산행이 힘들어 쓰레기를 줍지 못하고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주웠다.
"등산객이라면 산행할 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산에 대한 예의라고? 그게 뭔데?"
"뭐랄까? 산을 존중하는 마음, 바로 이렇게 산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과 산불예방을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즉 산을 훼손하지 않는 것, 이런 것 아니겠어?"
조재신 씨는 등산할 때 등산객은 산에 대한 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말이었다. 아니 옳은 말이었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산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 배려가 바로 산에 대한 예절일 터였다.
"좋아~ 오늘부터 조재신 군을 우리 화요산행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한다."
'우와~ 장관씩이나 이거 너무 황송한 걸 하하하~"
그날 농담 삼아 화요산행의 리더격인 필자가 조재신 씨를 우리산행모임의 환경부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계기가 되어, 조재신 씨는 8년 동안 변함없이 매주 화요일 산행 때마다 쓰레기 줍기를 계속하고 있다.
"어머! 어르신께서 쓰레기를 주우시네요? 저희들이 많이 부끄럽네요. 조금 전에 저희들도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왔는데."
"참 본받아야할 어르신이네요."
8년 전 처음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을 때 산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가끔 듣던 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말들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되었을 무렵부터 우리일행 조재신 씨처럼 산길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조재신 씨를 만났을 때 "어르신이 쓰레기 줍는 것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산에서 쓰레기를 줍게 되었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요즘은 전보다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산에 대한 예절을 지킬 줄 모르는 사람들이 산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린 것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에게 필자의 자랑스러운 친구 조재신 씨가 귀감이 되어 산을 아끼고 예절을 지키는 사람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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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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