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많이 받으세요”에는 다섯 가지 뜻이 있다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 새해 덕담
시민리포터 중 시인이 있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낀 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
[서울톡톡]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새해를 맞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복 많이 받으라'는, 하나같이 똑 같은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그래도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어색해 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고 모두 기분 좋은 표정들이다. 다음 설 명절을 맞을 때도 같은 인사를 주고받을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이 있다, 많을수록 좋은 것, 아무리 많아도 넘침이 없는 것, 모두가 많이 받고 싶어 하는 것, 아무리 들어도 싫지 않은 말이 바로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인사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다른 인사를 하면 이상해할 정도로 모두 같은 인사를 한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인사를 한다.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도 비슷한 인사를 나누고, 영어권 나라들의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도 비슷한 말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복에 대한 염원이 넘치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우리만의 독특한 '복의 문화'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복에 대한 바람은 우리네 삶 곳곳에 짙게 배어 있다. 이불에도 '福', 베개에도 '福', 밥상에도 '福', 수저와 젓가락에도 '福', 문갑에도 '福', 한복을 한번 살펴보시라, 저고리는 물론 옷고름이나 치맛단에도 어김없이 '福', 입춘 날 대문이나 문지방 위에도 소문만복래(掃門萬福來)라 하여 '집안을 깨끗이 쓸고 청소하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글을 써 붙인다.
이름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흔치 않지만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사람들 이름에는 '복'자가 들어간 이름이 매우 많다. 순복, 태복, 만복, 성복, 민복, 준복, 경복... 또, 복동, 복순, 복길, 복만, 복심, 복실 등 복(福) 자가 들어간 이름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들의 생활 주변을 살펴보면 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오죽하면 죽은 사람에게까지 명복(冥福)을 빈다고 했을까.
너나없이 우리들의 의식 속에는 복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복을 많이 받으라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또 아끼는 사람에게는 복을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사실 복 받으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꼭 어떤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복이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설날 어른들이 세배를 받으며 아들, 딸이나 손자, 손녀들에게 나누는 덕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복 많이 받으라고 하면 작은 선물이라도 받은 듯,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복(福)은 수많은 종류가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네 오랜 전통 유교에서 이르는 말로 오복(五福)을 꼽는다, 즉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일컫는다.
첫 번째 복으로 치는 수(壽)는 장수하는 것, 오래 사는 것을 말한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 사람들에게 오래 사는 것은 가장 큰 소망이었을 것이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누리고 있는 복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더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번째, 부(富)는 말 그대로 부자로 사는 것이다. 많은 재산과 쓸 수 있는 돈이 많은 것, 넉넉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바라는 것, 이 또한 너무나 당연한 욕망중의 하나일 것이다.
세 번째, 강녕(康寧)은 편안한 삶을 말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함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자로 오래 살아도 몸이 병들어 아프거나 불편하고, 마음이 괴로움 속에서 산다면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네 번째는 유호덕(攸好德)이니 도덕을 지키며 사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쥐고 떵떵거리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법과 질서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의 도덕률까지 능동적으로 지키며 사는 차원 높은 복을 말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인 고종명(考終命)은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하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참으로 받고 누리기 어려운 복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교통사고 등 각종사고로 죽는 일이 많고, 암이나 치매 뇌졸중 등 극심한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유교적 전통뿐만 아니라 성경에도 "하나님을 섬기고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천대까지 복을 내리리라"는 말씀이 있고,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가 땅에서도 복을 받고 네 수명이 길리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나름대로 복을 받았으며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자신이 누리고 있는 복을 깨닫고 누릴 줄 아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똑같은 조건 속에서 사는 삶인데 어떤 사람은 행복해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불행해하면서 사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누리는 복을 향유할 줄 아는 복, 그 복이 가장 중요한 복이라는 생각이다. 그 복을 더불어 나누고 함께 할 줄 안다면 더욱 큰 복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서울톡톡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승철 시민리포터
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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