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27) 우리음식 이야기1
추석엔 역시 송편!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27) 우리음식 이야기1
[서울톡톡] "여보! 양평에 사는 친구가 추석 송편에 쓰라고 또 솔잎을 많이 보내줬네요."
엊그제 아내가 비닐 주머니에 담긴 솔잎을 꺼내 보이며 하는 말이다. 솔잎을 꺼내자 집안이 온통 솔잎 향으로 가득찬다. 아내의 친구는 경기도 양평에서 농사도 짓고 소나무 농장도 경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벌써 몇 년째, 해마다 이맘때면 잊지 않고 송편용 솔잎을 따서 보내준다. 참 고마운 친구다.
설 명절과 함께 우리 나라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 한가위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한가위는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가을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추석(秋夕)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라는 뜻이다. 나아가서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 달빛이 유난히 밝고 고운 명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추석을 가배, 가배일, 또는 가위, 한가위, 중추절, 중추가절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가을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풍성한 명절이라는 의미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수확한 과일과 곡식을 나눠 먹으며 지냈다. 옛날에는 농경지도 부족하고 수확량도 많지 않아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지만, 추석 명절만큼은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추석 때마다 먹는 음식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역시 떡이다. 떡은 잔치를 할 때나 제사를 지낼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그래서 "귀신 듣는데 떡 소리한다" 또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도 생겨났다.
"정월보름 달떡이오 이월한식 송병이며, 삼월삼짇 쑥떡이로다. 사월팔일 느티떡, 오월단오에 수리취떡, 유월 유두에 밀전병이라. 칠월칠석에 수단이오, 팔월한가위 오려송편,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시월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동짓날 새알심이요, 섣달에는 골무떡이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떡타령'이다. 떡에 대한 애착과 전통이 얼마나 깊었으면 이런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을까? 가사를 살펴보자. 비유와 해학이 넘쳐나지 않는가. 우리 민족은 계절마다 절기마다, 또 지역마다 특색 있는 떡을 만들어 먹었다. 봄엔 진달래꽃 등 꽃잎을 곁들인 화전 등을 만들어 먹었다. 무더위와 습도가 높아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엔 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 증편을 만들어 먹었다. 또 가을엔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들께 감사드리는 송편을, 겨울철엔 옹심이를 넣은 팥죽과 흰떡(가래떡)을 뽑아 떡국을 끓여 먹었다.
전래되는 지방별 떡도 다양하다. 경기도 배피떡, 충청도 쇠머리떡, 강원도 감자송편 등 전국 각 지방의 전래 떡 종류만 해도 무려 107가지다. 최근 개발된 떡까지 합하면 가짓수는 무궁무진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 가족·이웃·친지들과 정답게 지내며, 멋스럽고 맛있는 떡을 나누어 먹어보자. 이와 함께 가난한 이웃들과도 나누어 먹는다면 추석명절을 더욱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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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