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20) 나무이야기 2
이 나무를 뜰에 심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고?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20) 나무이야기 2
[서울톡톡] "저 나무에 피어난 꽃들 좀 봐? 모양이며 빛깔이 참 특이하고 예쁘잖아?" 공원 산책로를 함께 걷던 일행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하는 말이다. "맞아 저 꽃, 우리나라에서 피어나는 꽃들 중에 모양이 가장 유별난 꽃인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어, 잎은 가죽나무 같기도 하고, 신경초 같기도 한데" 다른 일행이 거든다. 높이가 5~6m 쯤 제법 크게 자란 자귀나무 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정말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봄과 여름, 가을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 중에 어쩌면 꽃모양이 가장 특이한 꽃이 자귀나무 꽃일 것이다. 꽃잎의 모양이 가는 실처럼 위로 길게 솟아오른 모습이 다른 여느 꽃들과 전혀 다르다.
꽃은 암수 양성으로 진분홍 또는 연분홍색으로 6∼7월에 피는데 작은 가지 끝에 15∼20개씩 실처럼 가는 모습으로 달려 매우 특이한 형태다. 꽃받침과 꽃잎은 얕게 5개로 갈라지고 녹색을 띈다. 꽃술은 암술과 수술이 있는데 수술은 25개 정도로 길게 밖으로 나오고, 아랫부분은 흰색이지만 윗부분은 붉은색이다. 꽃이 붉은 노을을 머금은 구름처럼 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수술의 붉은 빛깔 때문이다. 자귀나무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모양은 편평한 꼬투리 모양이고 길이 15㎝ 내외로서 5∼6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이 나뭇잎의 특이한 점은 모양은 신경초처럼 생겼지만 신경초나 미모사처럼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펼쳐졌던 잎들이 서로 마주보며 접혀지는 것이다. 자귀나무 잎의 이런 현상 때문에 합환수,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같은 몇 개의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으며, 열매를 베게 속으로 사용하면 부부의 금슬을 좋아지게 한다는 속설도 갖고 있다. 자귀나무 잎은 소가 먹이로 좋아한다하여 '소쌀나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한방에서는 자귀나무 껍질을 달여 먹으면 신경쇠약과 불면증에 좋다하여 약용으로도 쓰인다.
자귀나무꽃의 꽃말은 '환희', '두근거림'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황소처럼 튼튼하고 부지런하게 일도 잘하는 청년이 살았다. 그러나 청년은 나이 30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했다. 청년의 부모는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청년은 자신이 장가를 가지 못해 부모님에게도 불효를 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청년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 안길을 지나다가, 어느 집 마당에 아주 특이하게 생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꽃모양에 홀린 청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집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당가에서는 마침 혼기에 접어든 집주인 처녀가 역시 곱고 예쁜 꽃에 취해 하염없이 꽃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꽃나무 밑에서 갑자기 마주친 처녀총각은 한 순간 당황했다. 다소곳하게 머리를 숙였던 처녀가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꽃나무로 눈길을 돌렸던 총각도 다시 처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들의 눈동자는 어느새 사랑의 눈길로 변했다. 총각은 꽃한송이를 꺾어 처녀에게 바치며 사랑을 고백했다. 처녀도 좋다고 했다. 특이한 모습에 곱고 예쁘게 피어난 자귀나무꽃이 빚어낸 마법 같은 사랑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총각은 부모님을 통하여 처녀의 집으로 혼인을 청했고, 혼사는 거짓말처럼 쉽게 이루어졌다.
이들 젊은 부부는 참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해 겨울 신랑은 고개 넘어 읍내 주막집에 새로 들어온 주모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신부는 밖으로만 나도는 신랑 때문에 심한 가슴앓이를 하며 겨울과 봄을 넘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여름, 친정집에 다니러 갔던 신부는 곱고 예쁘게 피어난 자귀나무꽃을 보며 울음을 삼켰다. 그러나 처음 사랑이 이루어졌던 그때를 기억해낸 신부는 몇 송이의 꽃을 꺾어들고 집으로 돌아와 방안에 꽂아두었다.
마침 그날 밤 모처럼 집에 들렀던 신랑이 그 꽃을 보았다. 꽃을 본 신랑은 불현듯 처음 신부를 만났던 기억이 새로워졌다. 신랑은 주모에게 빼앗겼던 마음을 크게 뉘우치고 가정으로 돌아와 평생을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요즘 한창 피어나고 있는 자귀나무꽃의 전설이다.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부부금슬이 좋아진다는 속설도 이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혹시 지금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는 부부들이 있다면 자귀나무의 곱고 아름다운 꽃을 보며 사랑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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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