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4) 인형극 공연하는 노인들
노인들의 삶을 인형에 담다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4) 인형극 공연하는 노인들
[서울톡톡]
"나쁜 놈들! 요즘 실제로 저렇게 못된 자식들이 많다는구먼."
"그러게 말이에요, 저렇게 노부모를 울려놓고 저희들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 몰라"
인형극을 연습하던 노인들이 혀를 끌끌 차며 탄식하듯 나눈 말이다. 수요일 오후, 서울 청량리에 있는 서울시립 동대문 노인종합복지관 3층의 한 방에서 노인들이 인형극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방에서는 11명과 10명으로 구성된 두 팀의 인형극 팀이 매주 각각 이틀씩 연습을 한다. 인형극 내용이 노인들의 삶과 인권문제에 관한 것이어서 역시 노인들로 구성된 단원들이 더 공감하고 있는 듯 했다.
인형극은 배우들이 감정을 살려 인형을 조종하는 연극의 한 형태로 이곳 복지관에서 연습하고 있는 인형극은 '막대인형극'이었다. 막대인형극은 인형의 몸통에서 머리까지 이어지는 막대를 꽂고, 손에 연결하여 아래쪽에서 조종하도록 되어 있다. '봉인형극'이나 '장대인형극'이라고도 한다.
이곳 서울시립 동대문 노인종합복지관 인권센터에서 운영하는 인형극팀의 이름은 '무지개인형극단'이다. 이 극단은 2009년 10월 첫 번째 공연을 한 이후 지난 4월 말까지 130회 이상 공연했다고 한다. 인형극은 국내에서 인형극 전문가로 손꼽히는 여영숙 선생이 극본을 쓰고 단원들을 연습시켜 왔다. 인형극은 두 팀이 각각 두 개씩의 작품을 연습하여 공연하고 있었다. 제1팀은 ①황혼의 언덕(현대판 고려장으로 노인을 유기한 자식들 이야기)과 ②노을을 향해 날아간 새(노부모의 재산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자식들 이야기), 제2팀은 ①고목나무에도 사랑꽃은 피어난다(노인들의 사랑이야기)와 ②저녁 안개가 머무는 곳(노부모를 학대하는 두 가정의 자식들 이야기)을 연습하여 공연하고 있었다.
몇 번의 연습 과정과 공연 현장에서 살펴본 결과, 인형극도 연출과 각본이 일반 연극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점은 제작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인 면이었다. 무대 설치가 간편하여 일반 연극에 비해 공연을 제한받는 요소가 적었으며, 배우들이 직접 육성으로 공연하지 않고 녹음한 음성에 따라 동작을 하는 것이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인형극은 연극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과 예술적이고 희극적인 요소, 인형 특유의 상징적인 캐릭터가 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오늘 공연 참 좋았어요,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흘렸는걸요."
"어쩜 그렇게 우리네 노인들 처지를 잘 알아주시는지 참 고마워요."
"인형극은 어린이들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우리 노인들에게도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극이네요."
서울 개봉동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에서 공연을 마친 후, 인형극을 본 노인들에게 관람 소감을 물었을 때 했던 말들이다.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고 나이가 매우 많았지만 인형극 공연 중에 박수를 치거나 끝난 후에 매우 좋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지개인형극단 단원들도 대체로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가장 나이가 적은 분이 67세이며 최고령 단원은 86세였다. 단원들의 나이가 많은 편인데도 나름의 열정과 소질이 있는 분들이어서 힘들고 어려운 인형극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는 것이 연출자인 여영숙 선생의 말이었다.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여영숙 선생과 단원들은 인형을 직접 만들고, 각본 내용을 직접 녹음하여 인형극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특별한 소질을 가진 단원들도 있었다. 섬세한 솜씨와 패션 감각이 뛰어난 성금순 할머니(81)는 인형들의 옷을 손질하여 멋진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박교숙 할머니(75)는 전문 성우를 능가하는 말솜씨로 인형극을 맛깔스럽게 했다. 또 팀장을 맡고 있는 서진석 할아버지와 총무를 맡고 있는 손남옥 할머니는 넘치는 끼와 재치로 인형극을 활기차게 이끌고 있었다.
"저희들이 비록 서툰 솜씨지만 인형극을 통해서 노인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고 함께 공감하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또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에게는 노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효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동대문정보화도서관 공연을 마친 후, 무지개인형극단 제2팀 팀장을 맡고 있는 서진석(69)씨가 한 말이다.
"저희 서울시립 동대문 노인종합복지관의 무지개인형극단은 21명의 어르신으로 구성된 실버인형극단입니다. 극단은 노인인권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인형극을 통해 노인인권문제를 재조명해보고자 구성한 극단입니다. 2009년 10월 초연 이후,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찾아가는 무료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복지관 인권센터 담당자의 말이다. 인형극을 통해서 노인들의 인권향상에 앞장서는 복지관 인형극단의 활동이 더욱 왕성하게 활성화되어 노인들의 인권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공연문의 : 한국노인인권센터(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02-963-0808
신청방법 : 팩스 접수 (02-3295-1844)
이메일접수: bigmind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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