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1) 손녀딸 이야기

운나 2013. 10. 12. 10:59

세상의 어떤 꽃이 이만큼 예쁠까?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1) 손녀딸 이야기





"얼럴러~~ 까꿍!"
"아가야! 자 여기 봐? 까꿍! 예쁘게 한 번 웃어줄래? 까꿍!"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한 사람에게 집중 되었다. 태어난 지 겨우 8주째인 손녀딸은 단연 스타 중의 스타였다. 모두들 아기와 눈동자를 맞춰보고, 아기를 안아보고 싶어했다. 지난 설날 우리 집 풍경이다.


"아우~ 우리 아기 이렇게 예쁠 수가 하하하~~~"
"우와~ 아기가 웃었어요,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천사다 천사"


아기 때문에 집안이 온통 웃음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기아빠인 막내아들이 올해 우리 나이로 32세다. 나의 직계가족으로 아기가 태어난 것이 무려 30여년 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5일 태어난 손녀딸은 그야말로 가족들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듬뿍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손녀딸의 출생은 가족들의 부푼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병원에서 태어난 첫날의 모습도 그랬다. 아기 할머니인 아내는 갓 출산한 아기치곤 너무 예쁘다며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아야 하는 아쉬움 때문에 하루 동안 몇 번이나 면회신청을 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산모와 아기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10일 동안은 하루에 3회씩 조리원에 설치된 CCTV를 통하여 컴퓨터화면에서만 아기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퇴원하여 아들의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날마다 아기를 보러갈 수는 없었다. 겨울철이어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감기 때문에 아기를 만날 수 없었다. 아직 너무 어려서 면역력이 약한 아기에게 혹시 감기라도 옮기게 될까봐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기를 그리워하며 7주가 지나고 8주째가 된 지난 설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기가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찾아왔다. 아기로서는 첫 나들이를 한 것이다. 그때까지 1주일에 하루 정도씩 만났던 손녀딸은 1주일 사이 놀랍게 성장해 있었다. 팔과 다리도 통통해졌을 뿐만 아니라 제법 '꾀"를 부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나 보려고 자리에 눕혀 놓으면 혼자 누워있기 싫다고 "응애~"하고 울음소리를 한 번 냈다. 그리고 누가 안아주지 않나 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응애~" 하고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누가 어르기라도 하면 싱긋 웃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응애~"하고, 그래도 아무도 안아주지 않으면 그땐 정말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어~ 이 녀석 보게, 아직 백일도 안 된 녀석이 눈치를 봐가며 꾀를 부리네, 어허허~"
"그러게 말에요, 아기가 벌써 혼자 누워있기 싫다고 꾀를 부리는 걸요 호호호"


아기를 보며 모두들 웃음보를 터뜨리곤 했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 이틀을 함께 지내고 돌아갔지만 아내는 손녀딸을 더욱 보고 싶어 했다. 아기가 보고 싶을 때면 컴퓨터에서 아기를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동안 사진과 동영상으로 아기의 모습을 많이 담아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것이 다행이었다. 어느 때는 아들과 며느리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영상통화를 하며 아기를 볼 수도 있었지만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았다.


그런데 아기출생 100일이 가까워질 무렵 우리 부부가 며칠간 심한 감기를 앓았다. 감기 때문에 아기를 만나지 못하다가 100일 기념일인 지난 토요일 아들의 집을 찾았다. 2주 만에 다시 아기를 만난 것이다. 아기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도 함께한 자리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조촐하게 차린 음식상과 함께 아기 100일 기념 이벤트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아기는 만나지 못한 2주 동안 놀라울 만큼 성장해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도 더욱 예뻤다. 이젠 어른들이 어르는 표정을 보며 즉시 반응을 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자리에 혼자 눕혀 놓는 것은 싫어했지만 그네의자에 앉혀 놓으면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어머, 아기 좀 봐요, 내가 얘기 하니까 대답을 하네, 호호호"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고모가 호들갑을 떤다.


"하하 아기 엄마는 하루에 열 번씩은 거짓말을 한다더니만, 당치 않게 고모가 거짓말을 대신 하는구나"


아내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아기의 옹알이가 정말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른과 빤히 눈을 맞추고 어르는 말에 반응하며 옹알이를 하는 모습이 정말 어른과 대화라도 하는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은 하루를 아기와 함께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아기 귀엽고 예쁜 얼굴이 눈에 선하네, 당신은 안 보고 싶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한 말이다. 조금 전까지 안아주고. 업어주고, 팔베개를 해주고 함께 낮잠까지 잤는데, 헤어져 돌아서자마자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들으며 싱긋 미소가 지어진다. 정말 귀엽고 예쁜 손녀딸, 세상의 어떤 꽃이 그만큼 아름답고 귀여울 수 있을까? 손녀딸을 만나러 갈 오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이승철 시민리포터는 시인이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낀 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