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0) 지하철 매너 2

운나 2013. 10. 12. 10:54

지하철에서 피하고 싶은 사람은?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10) 지하철 매너 2





[서울톡톡] 지난 2월 하순 어느 날 오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시청 앞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 안은 한산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한 칸에 20여명의 정도의 손님들이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하철이 을지로 4가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했을 때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위에 붙어있는 노선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자리로 돌아오려고 돌아서는 순간 마침 뒤쪽에서 한손에 자판기용 종이컵을 손에 들고 걸어오던 40대로 보이는 여성승객과 살짝 부딪쳤다.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렸다.

"앗! 아니, 이 아저씨가 이거~ 이게 뭐예요!"

갑작스런 큰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전동차 바닥에는 종이컵과 함께 커피가 쏟아져 있었다.

"사람을 보고 움직여야지 그렇게 갑자기 돌아서면 어떻게 해요? 이게 뭐예요?"

뾰족하게 날선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사람은 종이컵을 손에 들고 걸어오다가 50대 남성승객과 부딪친 바로 그 여성이었다. 남성승객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스런 표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여성승객은 몹시 화난 표정으로 남성 승객을 노려보다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자신의 신발에 묻어 있는 커피를 닦으며, "에이~ 재수 없으려니까~~"라고 말했다.

굽혔던 몸을 일으킨 여성은 역시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남성승객을 흘겨본 후 다른 칸으로 걸어갔다. 자신의 신발을 닦은 휴지는 쏟아져 있는 커피 위에 버렸다. 남성 승객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여성의 뒷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 여자 참 못됐네, 왜 커피 컵을 들고 차에 올라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거야? 잘못은 자기가 하고선 왜 죄 없는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야? 화풀이를~~"

"그러게 말이에요, 그리고 커피를 저렇게 쏟아놓고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해? 자기 구두 닦은 휴지까지 버리고, 쯧쯧~"

커피를 쏟은 여성이 너무 서슬 퍼렇게 설치는 바람에 나서지 못했던 할머니 두 분이 혀를 끌끌 차며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바닥에 쏟아진 커피를 닦았다. 그리고 종이컵과 함께 비닐봉지에 주워 담았다. 그때서야 당황스런 상황에서 벗어난 50대 남성승객이 머리를 긁적이며 할머니에게 다가가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 남성 승객의 구두와 바짓가랑이도 커피에 더럽혀져 있었다.

비슷한 사건은 며칠 전 저녁 10시경에 또 일어났다. 외출 후 집으로 가는 길에 4호선 지하철을 탔다. 늦은 시간인데도 열차 안은 수많은 사람들로 몹시 붐볐다. 그런데 열차가 혜화역에 정차하자 젊은 청년들이 우르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그들 중 몇 사람은 손에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과 종이컵을 들고 있었다.

"어~어~ 이게 뭐야? 여보세요, 이게 뭡니까? 내 옷에 쏟아졌잖아요?"
"아~ 네, 미안, 미안합니다"
"미안하다면 답니까? 옷을 이렇게 버렸는데~~"

젊은이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차 안이 너무 복잡하여 사람들 틈에 떠밀려 들어오는 과정에서 컵이 찌그러져 내용물이 조금 쏟아져 다른 사람의 옷을 더럽히고 만 것이다. 그런데 처음엔 두 사람이 가볍게 시비를 벌이는 것 같았는데 곧 양쪽에서 몇 사람이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면 됐지"

"복잡한 지하철에 음료수 컵을 들고 들어와 남의 옷을 버려놓고, 그 따위 어정쩡한 사과 한마디로 다 됐다는 겁니까?"

"뭐야? 그 따위 사과???"

결국 시비가 양측의 일행들까지 번졌다. 그들 7~8명의 젊은이들은 다음 다음역인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우르르 몰려 내렸다. 혹시 큰 패싸움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그들을 떼어 말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두 사건에서 보듯 문제는 운행 중인 열차 안에 커피나 음료수 컵을 들고 탄 것이 발단이었다. 운행 중인 지하철 안에서는 언제든지 비슷한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신이 외출 중에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당황스럽고 난처해지겠는가?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커피나 음료수는 열차에 승차하기 전에 마셔야 한다. 공중질서를 지키는 것, 더구나 불특정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지하철에서는 꼭 지켜야할 필수덕목이다.

이승철 시민리포터는 시인이다. 스스로 '어설픈 시인'이라며 괴테 흉내도 내보고, 소 월 흉내도 내보지만 "나의 시는 항상 어설프다.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는 욕심 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더불어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나누 는 것을 만족할 뿐"이라고 한다. 이 어설픈 시인이 서울살이를 하며 보고 느낀 삶의 다양한 모습, 역사와 전통 등을 시인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 간다.


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