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7) 정월대보름

운나 2013. 10. 12. 10:44

왜 1월의 보름만 대보름일까?

어설픈 시인의 서울살이 (7) 정월대보름





[서울톡톡] 오는 2월 24일은 음력으로 정월대보름날이다. 보름은 음력 매월 15일을 일컫는 이름이다. 그런데 왜 2월이나 5월, 8월 등 다른 달은 모두 그냥 보름이라고 하는데 1월의 보름만 대보름이라고 부를까? 그리고 왜 음력1월은 그냥 1월이라 하지 않고 정월(正月)이라고 할까?


먼저 정월은 한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1월을 정월이라 부르며 사람과 신,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소망을 설계하는 뜻 깊은 달로 삼은 것이다.


음력을 사용했던 전통사회에서 정월대보름은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1월 15일을 그냥 보름이라 하지 않고 대보름이라 부르는 것도 한해를 시작하는 첫 둥근달을 상징함과 동시에 우리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의 휘영청 밝은 달빛을 어둠과 질병, 재앙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으로 본 것이다.


정월의 첫날인 설과 15일 대보름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설날이 개인적이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며 수직적인 가족관계, 즉 피붙이의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훨씬 개방적이고 집단적이며 수평적이고 적극적인 공동체 명절이다. 두 개의 명절이 갖는 관념이 상호교차하며 음력의 주체인 달이 커지는 것과 작아지고 소멸하는 주기에 따라 긴장과 이완, 어둠과 밝음, '나'에서 '우리'로 교체되고 확장되는 일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정월대보름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음(陰)=달=여성=땅'의 음성원리에 의한 명절인 것이다. 우리전통사상에서 달은 음(陰)이며 곧 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대보름과 농경문화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음양사상에서는 태양을 양이라 하여 남성을 상징하지만 달은 음이라 하여 여성으로 인격화하였다.


땅과 달을 여성으로 여긴 것은 오랜 옛날부터 조상대대로 전해온 동양적 사상의 생산력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든가. "중국 사람들은 좀생이별을 보고 농사를 짓고, 우리네는 달을 보고 농사짓는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은 같은 동양권 이웃나라지만 중국과 우리나라의 농경문화가 서로 다름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월대보름의 세시풍속 중에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묵은 나물먹기, 오곡밥과 약밥, 달떡 먹기 등 특별한 음식이 풍성했다. 설날이 가족과 집안의 명절임에 비하여 정월대보름은 마을의 명절이었다. 그래서 설날에는 재기차기나 연날리기, 투호 등 개인적인 놀이를 즐겼다. 그러나 대보름에는 온 마을사람들이 모여 줄다리기나 다리 밟기, 고싸움놀이, 돌싸움과 쥐불놀이 등 집단적인 놀이를 함께했다. 우리민족의 세시풍속 중 정월대보름에 하는 각종 놀이와 행사가 1년 전체의 1/4에 달할 만큼 많았다. 정월대보름을 설날이나 추석 못지않은 뜻 깊은 명절로 여긴 것이다.


"00야"
"응 왜?"
"내 더위~!"
"뭐야~ 나한테 더위 판거야? 에이 나빠~"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보름날이면 나이 어린 형제자매들이나 친구들이 즐겨했던 '더위팔기'놀이다.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던 형제자매나 친구가 이름을 부르면 무심코 대답하기 마련이었는데 이때 "내 더위~"라고 외치면 그해 여름에 더위 먹지 않게 상대에게 더위를 팔았다고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이렇게 당한 어린이는 또 다른 어린이에게 같은 방법으로 더위를 팔며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정월대보름에는 집집마다 찹쌀에 기장, 찰수수, 검정콩, 붉은팥의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었다. 오곡밥은 차지고 고소하여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반찬이 따로 필요 없어 간식으로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오곡밥을 먹을 때는 으레 보름나물을 곁들였다. 보름나물은 배추나 무시래기. 고사리, 아주까리 잎, 취나물, 토란대, 고구마순, 말린호박나물과 가지나물 등 봄부터 가을까지 채집하여 말려 놓았던 나물들을 삶아 조리한 것으로 여름을 타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정월대보름 음식 풍속에 빼놓을 수 없이 것이 부럼이었다. 지금도 오곡밥과 보름나물, 그리고 부럼의 풍속이 전해지고 있지만 호두나 땅콩, 잣, 은행, 밤 등, 껍질이 단단한 건과류를 와사삭 씹어 이와 잇몸을 튼튼히 하고 종기와 부스럼을 예방한다는 전통 세시풍속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마을단위 공동체 놀이었던 줄다리기와 다리 밟기, 고싸움놀이는 무형문화재로 전해오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쥐불놀이나 돌싸움놀이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정월대보름을 맞으면서 우리전통 세시풍속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승철 시민리포터

출처 : 서울톡톡 http://inews.seoul.go.kr